HBM4E 메모리 전쟁: SK하이닉스 vs 삼성전자, 7세대 AI 메모리 패권 경쟁이 시작됐다
2026년 중반, AI 반도체 시장의 핵심 부품 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나란히 7세대 HBM(High Bandwidth Memory), 즉 HBM4E 샘플을 주요 고객사에 출하하기 시작한 것이다. AI 데이터센터의 폭발적 수요가 이어지는 가운데, 두 한국 반도체 기업의 차세대 AI 메모리 패권 경쟁이 본격화됐다.
HBM4E란 무엇인가? — 6세대를 뛰어넘는 AI 메모리의 진화
HBM(High Bandwidth Memory)은 여러 개의 D램 다이를 수직으로 쌓아 올려 초고속·초광폭 데이터 전송을 가능하게 하는 메모리 기술이다. AI 대형 언어 모델(LLM) 학습과 추론에 필수적인 부품으로, GPU와 CPU 사이에서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받는 역할을 한다.
- HBM3E(6세대): 현재 엔비디아 H200, B200 등 최신 AI 가속기에 탑재. 초당 1.2TB 이상의 대역폭 제공.
- HBM4E(7세대): HBM4 대비 더욱 향상된 적층 기술 및 칩-칩 연결(CoWoS, HBM-PIM 등) 적용. 대역폭과 용량을 동시에 대폭 끌어올려 차세대 AI 가속기의 메모리 병목 현상을 해소하는 것이 목표.
AI 서버 한 대에 탑재되는 HBM 칩의 가치는 전체 서버 랙 원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만큼, HBM 기술력은 AI 인프라 경쟁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SK하이닉스의 전략 — 선두 수성과 TSMC 협력
현재 HBM 시장의 절대 강자는 SK하이닉스다. HBM3E 세대에서 엔비디아에 독점에 가까운 공급을 해오며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확보했다. SK하이닉스는 HBM4E에서도 이 선두를 지키기 위해 복수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 TSMC와의 협력 강화: HBM4부터 베이스 다이(Base Die) 생산을 TSMC 첨단 공정에 위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TSMC의 파운드리 기술을 결합해 전력 효율과 성능을 동시에 높이는 전략이다.
- 샘플 조기 출하: 2026년 상반기 중 HBM4E 엔지니어링 샘플을 주요 고객사(엔비디아, 구글, 아마존 등)에 전달, 퀄(품질 인증) 작업을 선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 PIM(Processing In Memory) 기술 접목: 메모리 내부에서 연산을 처리하는 HBM-PIM 기술을 HBM4E에 통합해, 단순 저장·전송을 넘어 AI 추론 단계의 연산 부담까지 분산시키는 미래형 구조를 준비 중이다.
삼성전자의 반격 — HBM4E로 주도권 탈환 도전
HBM3E 세대에서 엔비디아 퀄 통과가 지연되며 체면을 구긴 삼성전자는 HBM4E를 사실상의 ‘재기 무대’로 삼고 있다. 2026년 6월 현재, 삼성전자 역시 HBM4E 샘플을 고객사에 출하하기 시작했으며, 내부적으로 수율 개선과 열 관리 기술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 자체 파운드리 활용: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 부문(DS)과 파운드리 사업부의 협업을 통해 베이스 다이를 자체 생산하는 방향을 모색 중이다. SK하이닉스의 TSMC 의존을 역이용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 HBM4E 열 관리 혁신: AI 가속기가 고밀도·고발열로 진화할수록 HBM의 열 방출 능력이 중요해진다. 삼성은 새로운 방열 소재와 칩 적층 구조 개선으로 이 문제를 정면 돌파하고 있다.
- 빅테크 다변화 공략: 엔비디아 단일 의존도를 낮추고, 구글 TPU, 아마존 트레이니움, 메타 MTIA 등 커스텀 AI 칩 고객사를 집중 공략하는 전략으로 공급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전망
HBM4E 경쟁은 단순한 두 기업의 제품 싸움을 넘어, 한국 반도체 산업 전체의 미래와 직결된다. AI 반도체 수요가 폭발하는 만큼, HBM 시장 규모도 2028년까지 수십조 원 이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가 선두를 지킨다면 AI 메모리 시장에서 독보적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다. 반면 삼성전자가 HBM4E를 계기로 격차를 좁힌다면, 공급 경쟁 심화로 HBM 가격 협상력이 빅테크 쪽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두 기업 모두가 HBM 최전선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한국이 AI 인프라 공급망의 핵심 허브로 자리매김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결국 2026년 하반기는 HBM4E 퀄 결과가 판가름 나는 시기다. 어느 기업이 먼저 차세대 AI 가속기에 HBM4E를 양산 공급하느냐에 따라, 향후 수년간 AI 메모리 시장의 판도가 결정될 것이다. 한국 반도체의 미래가 이 치열한 경쟁 위에 놓여 있다.